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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어제 파혼했다. 별일 아니라고 해줘

by 김여사 부자 만들기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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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파혼했다. 별일 아니라고 해줘

어제 예식장 취소하고 계약금 돌려받았다. 실감이 안 난다. 이게 꿈인 것 같다. 내가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줄 알았다. 힘들어서 이제 더는 못하겠다고 말하면 더 잘해볼게 할 줄 알았다. 

20대 후반 여자야. 지방에 대출 끼고 산 아파트 하나 갖고 있고 공무원이야. 결혼하려고 했는데... 처음 결혼한다고 했을 때 시댁에서 5천 지원해 준다고 하셨어. 그걸 듣고 친정에서 얼마 전에 같은 돈을 나한테 주셨어. 주시면서 시댁에서 더 준다고 하면 그 금액에 맞춰서 똑같이 더 주겠다고 하셨어. 

결혼까지 4개월 남았는데 신혼집 알아봐야한다고 말만 꺼내면 지금 사는 집보다 다른 집 구하면 출퇴근하기 힘들다. 이직하기가 어려우니까 일단 지금 너의 집에 살다가 돈 모아서 이사 가자. 요즘에는 혼인신고 늦게 하고 아기 태어나면 청약해서 그때 새 아파트 가자. 대출해서 이사 가면 갚는데 부담돼서 나는 대출 없이 이사 가고 싶다. 헌 집이라도 인테리어 하면 예쁘다 등 내 의견과 일치하는 대답은 한 적이 없어.

나는 대출 30%정도 끼고 한 10년 정도 된 아파트 가고 싶었거든. 70%는 자본금이 있으니까 30% 대출이면 둘이서 벌어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아이도 허니문 베이비 시도할 마음이었어서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도 도보권에 있는 곳을 생각했어. 이렇게 집 이야기하다가 싸우면 니 맘대로 해라. 대신 출퇴근하느라 힘들다 소리 절대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해서 그다음부터는 말 안 했어. 진짜 싸우기 싫었거든

그래서 나중에는 지금 내 집에 들어와서 사는 것도 좋으니까 빚이라도 갚게 돈으로 달라고 헀어. 대출 없이 좀 살게. 아파트 공동명의 해줄 테니까 빚이라도 좀 갚자고 근데 계속 안 주더라. 지치다가 지쳐서 돈 언제 주냐고 하니까 결혼까지 한참 남았는데 왜 급하냐고 말만 하면 돈 준다고 하는데 못 믿냐고 화를 내더라. 그래서 그때부터 계속 돈 이야기 꺼내니까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았어. 시부모님 말씀이 너네가 안 싸워야 돈을 주지. 이렇게 말을 하시는 거야. 그때 정말 현타가 왔어.

그렇게 말하면서 주말에 밥 먹으러 와라. 퇴근해서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라. 바다보고 싶다. 회 먹으러 가자. 정말 우리 집 가는거보다 3배는 자주 갔어. 남자친구 형제자매들이 저보다 자주 오시는 것 같아요 말할 만큼. 나도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싶은데 정말 가기 싫지만 그래도 열심히 갔었는데 싸울 때 이 이야기하니까 거기 가서 네가 뭐 하냐고 맨날 쉬다 오지 않냐고 하더라. 쉬어도 내 집에서 쉬고 싶지 거기 있는 게 쉬는 게 아닌데.

우리가 왜 싸웠냐면 남자친구였던 사람이 술만 마시면 나한테 헤어지자하고 운전하려고 하고 거짓말하고 자잘한 사고가 많았어. 술 먹고 옆 테이블이랑 시비 붙어서 다쳐서 온 적도 있고 병원에도 데리러 갔었어. 친구들한테는 또 호구라서 술값은 맨날 자기가 내고 친구들이 무시하는 거 보면서 화도 많이 냈어. 결국에는 술 끊겠다고 빌어서 알겠다고 했어.

그런데 한 달도 못가서 커플여행 가서는 본인이 한 잔 안 하면 다른 친구들이 불편하지 않겠냐. 너랑 둘이 있을 때는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다 하는 거 듣고 더 싸웠고 더 힘들었어. 나람 싸우기만 하면 남자친구는 자기 회사 동료, 아버지 등 주변사람들한테 전화해서 힘들다 이런 식으로 매번 일러 받쳤고, 나는 그걸 또 보면서 하지 말라고 말했고 그런 시간을 1년이나 보냈어.

쓰다 보니까 내가 정말 등신 같네. 내가 부모님 차 타다가 부모님이 이제 차가 필요하다고 하셔서 남자친구 차를 4개월 정도 탔어. 그때 내가 차를 산다고 했었어 왜냐면 부모님이 주신 거랑 집 살 때 돈 말고 어느 정도 모아둔 돈이 있었거든.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그 돈 아껴서 다른데 쓰자고 새 차 사지 말고 자기 차 타라고 줬는데 싸우고 헤어지니까 보험 서비스 전화해서 차부터 바로 가져가더라. 뼈저리게 후회했어. 차 살걸 그때 샀어야 했는데. 그 길로 중고차 보러 다녔고 K5 중고차 살까 하다가 전기차 예약해 놓고 왔어.

이렇게 결국 파혼 했는데 아직 부모님한테 말도 못 했어. 왜 파혼했는지. 그냥 나 조금 안 행복한 것 같아서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 이렇게만 대답했는데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혼보다는 파혼이야라고 혼자 생각하는데 정말 아직 꿈인 것 같고 실감이 안 나. 이런 거 별일 아니라고 해줘. 눈물도 안 난다.

어제 파혼했다. 별일 아니라고 해줘_베플

파혼할 수 있어서 완전 다행이에요. 결혼이라도 했으면 어쩔 뻔

조상님이 도우셨습니다. 이제 진짜 사람 보는 눈 좀 기르고, 특히 술에 잡아먹힌 남자는 만나지 마세요.

축하합니다. 앞으로는 많이 웃는 익이 가득한 삶이길 바랄게요.

지금 마음만 아프지. 결혼했으면 죽고 싶었을걸. 이혼하고 싶어도 뚜렷한 유책사유 없거나 상대방이 동의 안 해주면 이혼도 못해. 그러니까 네가 한 결정 너무 잘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제 파혼했다. 별일 아니라고 해줘_me

여러 베플들처럼 저 역시도 축하를 먼저 드립니다. 이혼보다 파혼이 낫다는 말의 정석을 보여 주었어요. 글을 쓰면서 누구보다 본인이 더 많이 느꼈으리라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을 고르는 데 있어 안될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바로 전 남자친구입니다. 지금은 만나온 시간들에 생긴 감정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심란할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서 지금을 떠올린다면 웃음이 절로 나올 거예요.

그러니 혹시라도 전 남자친구가 본인을 붙잡는다면 절대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본인 팔자 본인이 꼰다고 스스로 불안한 미래를 선택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으리라 믿어요. 또한 이번 일은 더 심각한 사태가 생기기 전에 마무리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교훈을 얻은 것으로 위로하길 바라요. 

이혼보다 파혼, 본인 팔자 본인이 꼰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처럼 똥차 가고 벤츠 온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제는 사람 보는 눈도 길러졌을 테고, 전 남자친구처럼 답도 없는 사람을 사랑만으로 안고 가려했던 고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니 분명 본인과 어울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안 좋은 기억과 감정은 미련 없이 훌훌 털어 내고 행복을 찾아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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